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입니다. 간암 말기 임종 시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미리 이해하고, 환자가 평안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주요 신체적 변화와 증상

사랑하는 사람이 간암 말기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변화를 미리 알아두는 것은 혼란과 두려움을 줄이고, 환자를 더 잘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기능이 저하되면 전신에 걸쳐 복합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간암 말기 임종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는 대부분 간 기능이 점차 소실되면서 우리 몸의 해독, 대사, 생성 기능이 멈추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아래에서 대표적인 변화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간 기능 저하로 인한 직접적인 증상
간의 핵심 기능이 멈추면서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변화들입니다. 이는 질병이 깊어졌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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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달 (Jaundice) 및 피부 변화
가장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로, 간에서 담즙의 대사 및 배설 기능에 문제가 생겨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노란 색소가 몸에 쌓이면서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며, 점차 얼굴을 포함한 전신의 피부가 노랗게 변합니다. 이와 함께 빌리루빈이 피부에 침착되면서 참기 힘든 가려움증(소양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긁어서 상처가 나기 쉬우므로 보습에 신경 쓰고, 의료진과 상의하여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복수 (Ascites) 및 부종 (Edema)
간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내 단백질(특히 알부민) 생성이 감소하고,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간문맥 항진증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혈액 속의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복강 내에 고이면서 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복수’가 차게 됩니다. 복수가 심해지면 복부 팽만감과 통증을 유발하고, 위를 압박하여 식사를 하기 어렵게 만들며, 폐를 눌러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다리나 발목 등 신체의 낮은 부위가 붓는 부종도 흔하게 동반됩니다. -
간성뇌증 (Hepatic Encephalopathy)
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우리 몸에서 생성된 독소, 특히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것입니다.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면 이 암모니아가 해독되지 못하고 혈액을 통해 뇌로 흘러 들어가 뇌 기능에 장애를 일으킵니다. 초기에는 시간, 장소, 사람을 헷갈려 하거나 성격이 변하고,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밤낮이 바뀌는 모습을 보입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거나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의식이 점차 흐려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미리 이해하고 환자의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남은 시간 동안 환자가 겪을 고통을 최소화하고 존엄한 마무리를 도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준비입니다. -
출혈 경향 증가
간은 혈액 응고에 필수적인 단백질들을 생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이 응고 인자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작은 충격에도 쉽게 멍이 들고, 잇몸이나 코에서 피가 자주 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위장관 출혈로 인해 피를 토하거나(토혈), 검은색 변(흑색변)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응급 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2. 전신 상태 악화에 따른 공통적인 변화
임종이 가까워지면서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약해지며 나타나는 변화들입니다. 이는 간암뿐만 아니라 다른 말기 질환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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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피로감과 쇠약
환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거나 잠든 것처럼 보이는 상태로 보내게 됩니다. 에너지를 생성하고 사용하는 신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며, 이는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는 깊은 피로감입니다. 환자가 깨어 있는 짧은 시간 동안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식욕 부진과 수분 섭취 감소
신체가 더 이상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과 수분에 대한 필요와 욕구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억지로 음식을 권하기보다는 환자가 원할 때 소량의 부드러운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로 입술을 적셔주거나 얼음 조각을 물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의식 수준의 변화와 섬망
점점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들고, 의식이 흐려지며 혼미한 상태를 보입니다. 때로는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며, 헛것을 보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섬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청각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환자가 의식이 없어 보이더라도 곁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과 지지의 말을 건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호흡 양상의 변화
임종이 임박하면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숨을 빠르고 얕게 쉬다가 갑자기 몇 초간 멈추는 무호흡 상태가 반복되는 ‘체인-스토크스 호흡(Cheyne-Stokes respiration)’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래를 뱉어낼 힘이 없어 목에 가래가 고이면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 있는데, 이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상태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의식 변화와 섬망 증상

간암 말기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힘들고 당혹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환자의 의식 변화를 마주하는 것입니다.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보이거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화가 어려워지는 모습은 큰 혼란과 슬픔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환자의 기분 문제가 아니라, 간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명백한 의학적 증상입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암모니아와 같은 독성 물질이 제대로 해독되지 못하고 뇌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간성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이 주된 원인입니다.
간성뇌증은 단계별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심해질 경우 급격한 정신 상태의 변화를 동반하는 ‘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섬망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환각, 망상, 심한 초조감 등을 특징으로 하여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의식 변화와 섬망의 초기 신호를 미리 알아두고, 단계별 증상을 이해하는 것은 환자를 더 잘 돌보고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요청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주요 의식 변화 및 섬망 증상
간성뇌증으로 인한 의식 변화는 아주 사소한 변화에서 시작하여 점차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보호자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주요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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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및 수면 패턴의 변화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초기 신호입니다. 평소보다 예민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특히 밤에 잠을 못 자고 낮에 계속 졸려 하는 ‘수면 주기 역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뇌 기능 저하의 첫 신호일 수 있으므로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날짜, 요일, 시간 등 기본적인 시간 개념(지남력)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방금 나눈 대화를 잊어버리거나, 간단한 계산을 어려워하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한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익숙한 사람의 이름을 헷갈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혼란과 이상 행동
증상이 진행되면 혼란스러운 모습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언제인지 혼동하며,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거나, 음식을 흘리는 등 일상적인 활동 수행 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됩니다.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손목이 규칙적으로 꺾이는 ‘날개치기 떨림(Asterixis)’과 같은 특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섬망(Delirium)의 발생
간성뇌증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급성 의식 혼란 상태입니다. 갑자기 극도로 흥분하고 안절부절못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과활동성 섬망’이 나타나거나, 반대로 멍하니 허공을 보며 거의 움직임과 말이 없는 ‘과소활동성 섬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눈앞에 없는 것이 보인다고 말하는 환시나,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을 호소하기도 하며, 증상은 수 시간에서 수일간 지속되고 하루 중에도 상태가 급격하게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변동성을 보입니다.
보호자의 역할과 대처 방법
환자에게 의식 변화나 섬망 증상이 나타날 때 보호자는 매우 당황스럽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의지가 아닌 병으로 인한 증상임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환자를 비난하거나 다그치기보다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환자가 혼란을 덜 느끼도록 익숙하고 조용한 환경을 유지해 주세요. 낮에는 창문을 열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밤에는 조명을 어둡게 하여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할 때는 환자의 눈을 맞추고, 천천히 그리고 명확한 단어로 간단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침 8시이고, 곧 아침 식사를 할 거예요” 와 같이 시간, 장소, 상황에 대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의료진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처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섬망 증상이 심해 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의료진은 간성뇌증의 원인이 되는 혈중 암모니아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환자의 불안과 초조함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통증 관리와 완화 의료

간암 말기 환우와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통증’입니다. 암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은 환자의 존엄성을 해치고,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줍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말기 암 환자의 통증은 충분히 조절될 수 있습니다. 이제 통증은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의 중심에 바로 ‘완화 의료(Palliative Care)’가 있습니다.
완화 의료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완화하여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둡니다.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희망을 내려놓고 고통을 감내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화 의료팀과 함께라면 남은 시간을 보다 편안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습니다.
완화 의료의 핵심, 통증 관리
간암 말기 통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암세포가 간 자체를 파괴하며 간이 비대해져 주변 신경과 장기를 압박할 때, 복수가 차서 복부 팽만감과 압박감을 유발할 때, 혹은 암세포가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을 때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통증의 양상 또한 쑤시는 듯한 통증, 칼로 베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 묵직한 압박감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완화 의료팀은 이러한 통증의 원인과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통증 관리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는 단순히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을 넘어, 통증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의 심리적 안정까지 돕는 포괄적인 접근을 의미합니다.
체계적인 통증 관리 방법
간암 말기 통증 관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진통제 사다리’ 원칙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환자의 통증 강도에 따라 단계별로 약물을 사용하며,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여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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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비마약성 진통제 사용
경미한 통증에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간 기능이 저하된 간암 환자의 경우, 약물 대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의 정확한 처방과 감독 하에 복용해야 합니다. -
2단계: 약한 마약성 진통제 병용
1단계 약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트라마돌이나 코데인과 같은 약한 마약성 진통제를 비마약성 진통제와 함께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더 적은 용량으로 효과적인 통증 조절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3단계: 강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
중등도 이상의 심한 통증에는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과 같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합니다. 많은 분들이 ‘마약’이라는 단어 때문에 중독이나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의료진의 정확한 처방에 따라 암성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의 위험이 매우 낮습니다. 먹는 약, 붙이는 패치, 주사제 등 다양한 형태로 투여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통증은 주관적인 경험이므로, 의료진에게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보조 진통제 및 비약물적 치료 병행
신경 손상으로 인한 통증에는 항우울제나 항경련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뼈 전이로 인한 통증에는 방사선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복수로 인한 복부 팽만과 통증은 복수 천자를 통해 완화할 수 있으며, 특정 신경을 차단하는 신경 차단술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마사지, 온찜질, 이완 요법, 음악 치료 등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통증을 경감시키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통증 관리는 간암 말기 환자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환자와 가족은 통증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참지 말고, 완화 의료팀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적절한 통증 조절을 통해 환자는 비로소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평온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가족의 역할과 마음 준비

간암 말기라는 진단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곁을 지키는 가족에게도 깊은 슬픔과 혼란을 가져옵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 힘든 여정의 마지막 순간, 가족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에게 남은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아닌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지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환자와 가족 모두가 존엄하고 평안한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가족의 역할과 마음 준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를 위한 준비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환자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심리적인 불안감,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가족은 환자가 겪는 변화를 이해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따뜻한 지지를 보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환자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겨질 가족 스스로가 후회와 상실감을 잘 극복하고 애도 과정을 건강하게 겪어내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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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정서적 지지자 되기
환자는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극심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판단이나 조언이 아닌, 그저 곁에 함께 있어 주는 것입니다. 손을 잡아주거나, 가볍게 어깨를 감싸주는 등의 스킨십은 언어 이상의 위로를 줄 수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 때는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주세요.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주거나, 부드러운 조명을 유지하는 등 평온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세심한 실질적 돌봄 제공하기
환자의 신체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처방된 진통제가 제때 투여되는지 확인하고, 통증의 정도나 양상이 변할 경우 즉시 알려야 합니다. 환자가 삼키기 힘들어하면 부드러운 유동식을 제공하고,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로 입술을 적셔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워지므로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고, 대소변 처리와 개인위생 관리를 도와주어 최대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존중을 기반으로 한 솔직한 대화 나누기
죽음에 대한 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환자가 원한다면 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가 먼저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남은 이들에 대한 걱정, 혹은 장례 절차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들어주세요. 이는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가족들 역시 사랑하는 마음, 고마웠던 기억, 미안했던 감정들을 진솔하게 표현하며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서로에게 큰 위안을 줍니다. -
가족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갖기
간병은 장기적인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동반합니다. 특히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슬픔으로 인해 ‘간병인 소진(Caregiver Burnout)’을 겪기 쉽습니다. 가족이 먼저 지치고 무너지면,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볼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려 하지 말고, 주변 친지나 친구, 혹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
전문적인 도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가족에게 심리적,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호스피스 팀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되어 통증 및 증상 관리, 상담, 영적 돌봄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남은 생을 보다 편안하고 존엄하게 보낼 수 있으며, 가족들은 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고 환자와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진이나 전문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의 준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준비하는 것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나 슬픔에 당황하지 말고, 지금 느끼는 모든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세요. 환자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에 최대한 집중하며,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세요. 이 시간들은 훗날 길고 긴 애도의 시간을 견뎌낼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완전한 준비란 있을 수 없겠지만, 함께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한 마음의 준비가 될 것입니다.